◆왜 말 산업이 주목받나=말은 경마와 승마 등 체육·여가활동에 애용되는 것은 물론 관광·치료·문화상품으로도 이용 가치가 높다. 최근에는 말고기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식용말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말이 가축의 한 분야가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서 각광을 받는 이유다. 남인식 농협 축산컨설팅부장은 “말산업은 마필을 생산하는 1차산업, 말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제조하는 2차산업, 경마·승마·관광 등 3차산업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산업”이라며 “FTA 시대 우리 농촌에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산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 말을 소·돼지 등 다른 가축과 차별화해 체계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말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법을 근거로 2012년 7월 말산업을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까지 발표했다. 현재 제주도가 전국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말산업특구 지정을 신청, 국고지원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도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것이다.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농식품부는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말 사육마릿수를 2016년까지 5만마리(2012년 기준 3만마리)로 불리고, 농가수도 3000농가(〃 1900농가)로 확대하는 한편 승마장(〃 300개)을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농촌경제 활성화, 관련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등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2년 기준 국내 말산업의 시장규모는 2조8700억원이지만 2016년에는 3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들도 말산업으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국마사회(KRA)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은 920만마리의 말을 사육하면서 말 관련 고용인구가 143만명에 이르고 경제 기여효과가 126조원에 달한다.
승마가 대중화된 독일은 승마인구가 170만명에 이르며 7600개의 승마장에 고용된 인원만도 30만명을 넘는다. 일본도 말 사육마릿수가 8만마리 이상이며, 990개의 승마장에 회원만 7만1000명에 이른다. 일본은 특히 말고기 시장이 활성화된데다 말 관련 축제가 자주 열려 말산업이 농촌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말산업이 가장 발달한 켄터키주는 해마다 8월4일에 말산업 발전을 기원하는 ‘햇츠오프데이’ 축제를 여는데, 2012년 축제 때는 일반 관광객과 마필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지역경제 유발 효과액이 무려 40억달러(한화 4조4000억원 정도)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는 말 3마리가 사람 1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자체·농협도 관심 높아=이처럼 말산업이 국가경제와 농촌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이미 지난해 정부에 말산업특구 지정을 신청해 말 사육기반 조성부터 말 관련 각종 체험행사장 마련, 말고기 특화거리조성 등 말산업 육성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경기도도 2016년까지 화옹간척지 768㏊에 5496억원을 들여 말 연구소·승마단지·말 조련단지 등을 갖춘 ‘에코팜랜드’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말산업 육성에 나선 상태다. 경북도 역시 말산업 ‘메카’를 선언하고 2016년까지 4228억원을 투입해 승마시설 확충, 말 생산농가 육성, 말고기 등 유통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도는 농촌체험과 연계한 승마시설 기반 확충, 승용마 생산농가 육성 등을 담은 장기 투자계획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도 등도 말산업이 농촌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육성책을 마련했다.
생산자단체인 농협은 승용마와 고기용 비육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 2009년 안성팜랜드에 승마센터를 세우고 승마인구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승마센터에서는 말 관련 각종 행사와 교육은 물론 승마체험 기회를 제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협은 특히 말고기가 새로운 ‘틈새’ 축산물로 떠오른다는 판단 아래 말고기 요리법을 개발하는 등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협이 2011년부터 제주축산물공판장에서 말 도체의 육질 등급판정제도를 시범도입한 것도 말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다. 농협은 올 1월 중에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을 통해 말고기 시범판매에 나설 예정이며, 비육말의 품종개량, 사양관리법 개발, 사육농가 조직화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경마 시행기관인 마사회는 경주마와 승용마 육성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산하 난지축산시험장에서는 말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사업을 하는 등 땀 흘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