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승마인들은 자신의 말이 좀더 영리하길 바란다. 기승자의 의도를 말이 정확히 알아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리한 말이라고 해서 기승자의 뜻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으며 그 의도를 정확히 실행할 수 있을까?
말이 영리하다고 해서 기승자의 뜻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는 적합하지 않다. 말과 사람의 지능은 ‘절대적 비교’가 불가능하다. 뇌의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기억력·연산력·추리력·논리력·상상력·이해력 등 3차원의 세계에서 거의 모든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말은 연산력 추리력 논리력 상상력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말이 사람의 4-5살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는 것은 기억력과 이해력 정도의 비교를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말의 기억력과 이해력도 사람의 그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은 일반적으로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를 기억하는데 탁월하다. 이것은 초식동물의 특징이다. 반면 사람은 가치 중심의 기억체계를 지니고 있다.
말의 기억은 일반적으로 다섯가지 감각에 의해 저장된다. 어느 한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말은 무엇이 양심적이고 무엇이 비양심적인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잘못에 대한 ‘양심적인 반성’이나 ‘양심적인 뉘우침’도 없는 게 당연하다. 말이 잘 못했을 때 채찍을 가하면 잘못한 행동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양심적으로 반성하고 뉘우친 결과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따끔한 채찍은 잘못한 행동을 분명히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의 이런 행동은 그 잘못에 대한 대가 즉 채찍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촉각과 시각에 의해 기억되는 채찍이 아프지 않고 오히려 기분좋게 다가오는 일종의 페팅(petting)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 잘못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채찍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지 사리분별에 따른 양심적 판단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말이 영리하다는 것은 사람이 영리하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말이 영리하면 그만큼 예민하다. 말이 지니고 있는 평균 지능(상대적 비교)이 사람의 4~5살 지능보다 훨씬 높다고 가정한다면 기승자의 입장에서는 이 말을 다루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오감이 너무 예민한 탓에 환경순치에서부터 장구순치와 기승순치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록 순치가 어느 정도 됐다고 하더라도 기승자와 호흡을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류가 기승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의 지능은 지금 수준이 이상적이다. 더 높으면 기승이 곤란해지고 더 낮아도 힘들어진다. 따라서 자신이 기승하고 있는 말의 지능을 탓하는 것은 창조의 섭리에 대드는 행위나 다름없다.
